본문 바로가기

일상

마지막 학기

이타카에 떨어진 이후부터 줄곧, 그리고 어제까지만 해도 막막했다.
아는 사람도 떠나고 모르는 사람들 조차도 떠난 이곳에 남아 혼자 어떻게 버텨야 하나.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빈 자리가 더 크고 더 아프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에도 느꼈고 대학와서도 해마다 느낀 감정이면 이젠 적응할 법도 한데 이번에도 자꾸 공허감이 마음을 쿡쿡 찌른다.

오늘 미사를 가서 예배를 드리는데 앉아있다 보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기도도 하고 찬송도 부르고 그렇게 앉아있다가 가끔씩은 멍때리고 딴생각하고 그러기도 하고.. 처음에는 왜 저를 이렇게 혼자가 되게 하시느냐고 물었다. 왜 자꾸 이런 상황에 저를 놓으시냐고. 2학년 때 무작정 휴학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떠나는 사람' 한번 했을 뿐인데 그거 때문에 자꾸 나를 '남겨진 사람'이 되게해서 벌주시려는거냐고..

그렇게 속으로 불평하다가 멍하니 있다가 다시 미사에 집중하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 현실을 직면하고 또 직접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 내가 의지하던 것들을 내 옆에서 다 떼어놓은게 아닐까.. 어쨌든 내 옆에있던 것들이 다 없어지고 보니 나에게 취업이라는 난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또 여기서 언제 어디서든 맘편하게 밥먹자고 불러낼 사람이, 특히 여자가 진.짜. 한명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아 나한테는 하나님이 있는데..'. 

도착한 날부터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시차적응도 못해서 몸도 마음도 신나게 방황을 했지만 이젠 좀 진정이 된 것 같다.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