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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하늘에 뛰어들기


지난 9월 20일,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때문에 속으로 몹시 힘들어하던 때에 하상오빠로부터 우리 학교에서 불과 40분 걸리는 거리에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는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 갔다 온 약발도 떨어졌는지 또다시 한없에 우울해지기 시작했고 학교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도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져 학교 과제나 뭐나 손을 막 놓으려던 참이었던 지라 나에게 스카이다이빙이라는 것은 하늘이 이미 무너졌는데 갑자기 눈에 띈 솟아날 만한 구멍이나 다름이 없었다.오빠로부터 그 정보를 듣자 마자 바로 '이거다' 싶어 1주일 뒤로 예약을 해놓았고 같이 갈 만한 사람을 모색하다가 결국 석준오빠랑 둘이 차를 렌트해서 갔다오게 되었다. 

사실 부모님께 말할까 말까 하다가 몇일 전 부모님께 말씀드렸었고 (아주 당연히)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반응이셨다. 그런데 내가 뭔가에 한 번 꽂히면(이게 공부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뭐라하든 꼭 해버려야 하는 성격이기에 다른 한 귀로 흘려버렸고, 가는 날 아침에 (부모님이 반대했다는 사실을 망각, 또는 잊은 채) 집에 전화해서 '저 스카이다이빙 하러 갑니다' 하고 말했다가 엄청 혼났다. 아빠가 말씀하시기를 '너는 꼭 몸을 하늘에 내던져서 스트레스를 풀어야하냐' 하시며 왜 그렇게 겁도 없고 부모 말도 안듣느냐고 혼을 내시더랬다. 그 말을 듣고 별로 떨리지 않다가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멈춰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미노 갈 때 처럼 무언가 내 마음 속에 믿음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결국 하늘에 몸을 던졌고 
나는 하늘을 날았다. 

저 스카이다이빙이라는 것이 정말 재밌다. 저거 타는 동안 딱 세번 무서웠는데, 첫번째는 10,000피트(약 3km) 까지 다 올라와서 비행기 문이 열릴 떄와, 둘쨰는 석준오빠가 먼저 떨어져서 내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와, 마지막으로 셋째는 내 차례가 되어서 1, 2 , arch! 하고 카운트가 끝나 이제 막 몸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몸을 담은 순간부터 땅에 착지하는 순간까지, 겁이 나는 순간은 있었어도 정말정말 스릴있고 재미있었다. 지구상의 어떤 단어도 내가 그때 느낀 기분을 표현 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가까운 단어는 '행복하다' 가 아니었을까 한다. 30초 동안 free-fall하다가 파라슈트를 폈을 때에는 문득 바로 아래를 쳐다보니 free-fall 중에 바람에 끈이 풀린 내 컨버스 신발 아래에 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 보니 두 호수가 양쪽을 흐르고 있었고 저 멀리 우리학교도 보일 것 같았다. 이렇게 위에서 보니 정말 내가 하루하루 아둥바둥 사는 세상이 참 장난감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미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도 다른 시야에서 세상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위에서 보니 내가 사는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이 보였다. 사실 비행기에서는 이런 작은 세상을 수없이 봐왔지만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가 아닌 내 눈으로 직접 밨을 때에 또 다른 감동이 오는 것 같았다. 

저 동영상은 사실.. 내가 봐도 손발이 오그라들고, 내가 보여주는 사람들도 본인 앞에서 민망할 정도로 쳐웃게 되는 그런 영상이다.ㅋㅋ 바람땜에 얼굴 망가지는 것도 그렇고 어설프게 i love it!하고 외치는 것도 그렇고. (사실 나는 감탄은 한국말로 해야 하는데 영어로 해야해서 힘들었다..-_- ) 하지만 괜찮다. 저 감탄사와 일그러진 얼굴을 제외하면 내가 내 감정에 가장 솔직할 수 있었던 시간을 담은 영상이기도 하니까. 

저렇게 뛰고 나서 부모님한테도 동영상을 보여드렸었는데, 같이 내 모습을 보면서 웃기도 하셨다고 한다. 이미 했으니 혼내지는 않으셨지만 나중엔 걱정도 된다고 했다. 내가 이런 extreme한 걸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이런걸로 빠지면 어떡하나...하시면서 ㅋㅋ 

여하튼 요즘에는 사람은 재밌게 살려면 얼마든지 재밌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정말 세상이 들이대는 잣대 또는 '정석' 이런 것들에 부합하려고만 하면서 살지는 못할 것 같다. 여건만 된다면 나는 여행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싶으면 쉬고 또 무엇보다도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내 성격상 그렇게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