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한 적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화장할 때, 혹은 내가 사용할 물건을 고를 때, 그렇다는 생각을 해요. 나를 위해 무엇을 한다는."
"그런 일상적인 일 말고요."
"그것 말고 어떤 방식의 자기 사랑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타인의 비난에 대해 자신을 옹호하고, 자신을 편들어 주고......"
"없는 것 같네요. 타인이 비난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비난하죠. 자책하고 후회하고......"
면담자는 내 말을 받지 않았다. 내가 중요한 말을 했다는 것, 그것에 대해 조금 더 느껴보기를 바란다는 것을 짐작했다.
"지금 저의 가장 큰 문제는 친근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지 못한다는 것,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한 것, 그것이에요. 선생님한테도요, 내 얘기를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선생님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친해지려 하니 이렇게 머뭇거리는 거에요." (p.202)
면담자는 두 세번 면담에 한 번꼴로 분노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다지 화나는 일이 없었다. 화를 내본 적이 언제인가 싶기도 했다.
"제가 일상에서 화나는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을 만날 때에요.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어정쩡하게 걸쳐서 주차해 둔 차량이라든가, 고속도로 주행 차로에서 시속 육십킬로로 달리는 사람, 새치기하거나 상습적으로 약속에 늦는 사람, 그런 식으로 자기중심적인 행동 하는 사람을 보면 분명하게 화가 나는 것을 느껴요."
"자기중심적인 것이 왜 나쁘죠?"
"타인에게 피해를 주잖아요. 타인의 시간, 노력, 노동, 감정 그 모든 분야에 다 피해를 주는 행위지요."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왜 그렇게 싫어하죠?"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아시겠지요. 저를 분석하셨을 테니까요."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p.208)
오늘 잠깐 운동하러 간 틈에 읽은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들이다.
내가 이런 종류의 한국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 낯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뭔가 글귀 하나하나가 내 마음 속에 있던 언어로 표현할 생각도 못했던 의식들을 샅샅이 후벼 파헤쳐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솔직히 아직 무어라 할 말은 없지만.. 왠지 인상이 깊은 구절들인 것은 사실이다. 나의 한 부분을 너무나도 비슷하게 표현해서 그런 걸까? 아직 읽는 도중이지만 끝에 책이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궁금하면서도 흥미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