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닐 적엔 나름 글 잘 쓴다는 소리도 듣고 글짓기상도 여러 번 받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을 까...
티스토리에 내 블로그를 만들면서 자연히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맨 처음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블로그를 채우는 것들은 스킨이나 예쁜 글씨체, 시선을 사로잡는 image 무더기들이 아닌 그저 모노톤일 뿐인 배경을 뒤로 한 공간을 빽빽히 채우는, 때론 스크롤을 두번은 해야 다 읽을 수 있는 글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런 것들은 나에게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싸이월드를 열심히 할 적에는 (2003년부터 얼마 전까지 어언 5년 동안이나!)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배경노래로 현재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었고, 기분따라 새로운 스킨을 적용하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의 홈피에서 나의 기분을 대변해 주는 듯한 짧고 함축적인 글이 덧붙여진 사진들을 퍼오는 것이었고, 나 자신 또한 다이어리에 시같은, 내 일촌이 보면 이건 무슨 일로 이렇게 쓴걸까..하며 궁금해하게끔 쓰여진 한두줄의 시 같은 글을 쓰고 '아 잘썼구나..ㅋㅋ' 하고 만족해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 순간부터 내게 글이란 이런 짧은 시같은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블로그에서는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치장된 겉모습이 아닌, 진지하게 마주하여 쓰여진 글을 통해 내면의 생각과 비전을 담아내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초등학생처럼 '오늘은 이랬고 어제는 저랬다. 참 좋은 하루였다' 식의 글이기보다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고민해온 주제들과 자신이 지닌 꿈과 열정을 빈 공간에 조심스레 뱉어내는 것 말이다. 미니홈피를 할 때에는 그 조그마한 공간에 내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마치 벌거벗겨지는 것 같아 부끄럽고 촌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왔는데 여기와서 그게 옳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20대라면 끝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이 무척 당연한 건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해 이런저런 핑계거리가 생기는데 이를테면 중학교 때 유학을 와서 미국생활에 적응하고 수업 따라가느라 그랬다, 싸이월드의 폐혜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 등등의 것들이다. 결국은 내가 글을 소홀히 여기게 된 것에 있다고 본다. 그래도 잠시, 이게 다 날마다 발전하는 technology의 부작용 때문이라 핑계를 대본다. 나의 겉모습을 포장하는 행동과, 그렇게 해서 포장된 겉모습이 나를 표현하는 길이라고 여겨지게 되는 것 말이다.
여하튼, 진지한 글 하나가 스킨 10개, 배경음악 10개, 스크랩해온 예쁜 글 백 개 부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